할머니. 우리 할머니. 귀여운 할머니.
시골 문을 열고 들어가면 버선발로 나를 반겨주신다.
"아이고 내 새끼 왔능가~"
난 인사 대신 할머니를 부른다. "할머니이~"
"내 새끼 이리와보소 안아보세~"
"할머니 밥은 먹었어?"
"어 째까 먹었이야~"
"할머니 병원 가야돼. 안과"
"오야 가야제. 이대로 가믄은 쓰까?"
"신발만 다른거 신고 가믄은 되겄는디?"
병원 가는 길, 차 안에서 예전엔 듣지 못했던 옛날 일들도 말씀해주시고 몰랐던 가족사도 말씀해주시고 물론 거의 똑같은 레퍼토리라는건 알지만 들을때마다 새롭다.
도착 전 까지 쉴새없이 말씀을 하신다.
차에서 내려 내 손을 꼭 잡고 병원을 간다. 그 손이 이렇게나 까칠했었나? 그런 생각을 하고 할머니 키가 이렇게나 작았나? 그런 생각도 하고.
병원 카운터에서 할머니 성함을 물어본다. "강응님이요"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눈물을 보이는 할머니.
"왜 그래 할머니 !"
"너 장가 꼭 가야쓴다잉. 장가를 가야 사는게 편해야~" "여그 아가씨들 많고만 맘에 드는 애기 있으믄은 할머니한테 말해봐. 할머니가 가서 데꼬 올랑께" "근디 예전 애기 이름도 까묵어브러씨야"
시골 갈때마다 꼭 하시는 이야기는 결혼이다. 아무나 데려오라고 말씀하신다. 할머니 그 아무나가 날 안만나주는데라고 생각했었다.
할머니는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고 난 그걸 보고 귀엽다고 생각해 깔깔대며 웃는다. 거기에 더해 창피함은 내 몫이다.
버릇처럼 할머니에게 하는 말이 하나 있다. "할머니~ 내 손주 보고 좀 만 더 오래 사세요~ " 그러면 할머니는 씨익 웃는다.
그냥 내가 마냥 귀여워 보이나 보다.
"강응님님~" 진료 순서다.
원장님께서 할머니에게 이것 저것 물어본다. "엄니~ 불편한데는 없었소오?"
할머니는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폭풍 랩을 한다. 시골에서 있었던 일상 이야기를 정말 빠르고 길게 이야기 한다.
그걸 미리 알았다는 듯이 "엄니~ 여기 보소~ 내 눈 보소~" 가볍게 무시하고 진료를 한다.
진료가 끝나고 처방전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난 하염없이 할머니 얼굴을 바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얼굴에 뭐 묻었어?라고 물어볼 법도 한데... 지긋이 내 눈을 쳐다본다. 할머니 사랑해라고 속으로 생각한다.
시골로 가는 차 안에서는 별 말씀 없이 가만히 계신다. 주무시는건지... 눈만 감고 있는건지...
도착해서 할머니가 내리는 곧장 집에 갈 준비를 한다.
할머니는 "아야 밥 먹고 가야~"
"집에 가서 먹을래~"
"오메 할머니가 해준 밥은 맛이 없어가꼬?"
"아니 그런건 아니고 할머니 힘든께"
"반찬 몇개만 꺼내믄 된디 머시 힘들어야~"
"그냥 집에 가서 먹을께"
사실 시골에 도착한 처음 냉장고를 열어봤는데 보이는건 김치, 볶음김치, 열무김치, 총각김치여서 집에가서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항상 고봉 밥을 주기 때문에 조금 힘들다.
그게 할머니의 사랑이라는건 누구나 알겠지만...
난 아직 어려서 모르는게 너무나 많다. 사람도 사랑도.
쉽게 생각해보면 사랑을 주면 고맙게 받으면 되는거고 받았으면 돌려주면 되는건데 이게 쉽지가 않다.
성격 탓이겠지 라고 생각해 본다.
어무니 아부지처럼 이름만 불러도 숨이 차오르고 먹먹해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 눈물이 고인다. 할머니도 그렇다.